분당제일여성병원 경산모 유도분만 성공 자연분만 후기

37주 2일 차에 정기검진을 갔는데 아기가 이미 3.8kg 정도로 엄청 커졌다는 말을 듣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막달이라 너무 긴장 없이 막 먹었구나 싶었다. 내진을 해보시더니 이미 1cm가 열려 있었고 자궁도 큰 편이라 아이가 조금 커도 자연분만 가능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1cm가 열려 있다는 말에 주말에 잡아뒀던 마지막 캠핑을 부랴부랴 취소하고는 곧 나오겠구나 싶어서 열심히 걷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는 빨리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38주쯤에 나오겠구나 싶어 출산가방을 싸고 매일 저녁 진통을 기다렸지만 38주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39주까지 3.8kg를 유지하며 더 이상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자연진통이 오길 바라며 40주까진 품어 줘야겠다는 생각에 40주 0일에 유도분만을 잡아두었다.

38주쯤부터 저녁마다 배가 사르르 아픈 진통이 느껴졌지만 그 진통이 규칙적이지 않았고 지속적이지 않아서 진통이 걸렸나 싶다가도 졸려서 잠들어 버리면 다음날 아침이었다. 자연진통이 걸리길 바랐지만 결국 유도분만일이 되었다

7:30분 태동검사중

분당제일 여성병원의 유도분만은 평일에는 아침 7시 반까지 분만실에 도착해야 한다. 주말에는 아침 5시반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는 말에 평일로 유도분만을 잡았다.

월요일 아침 첫째를 엄마에게 부탁하고, 간단하게 입원할 짐 챙겨서 7시 반에 맞춰 분만실에 도착하였다. 산모만 먼저 들어가서 탈의하고 태동검사를 진행하였다. 태동검사 후 관장 한 다음에 남편을 부르는 순서였는데 관장 전 내진을 진행하였더니 이미 3.5cm가 열려 있다고 하셨다. 아프지 않았냐고 그러시는데... 사실 출산의 고통의 이미 알기 때문에 가진통은 아픔보다는 힘들고 고되다 정도였다. 무통시술까지 한 다음 남편을 불렀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다른 사람들은 다 들어가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어서 무슨 일인가 무척 궁금했다고 한다.

오전9시 촉진제 시작

9시쯤부터 촉진제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촉진제가 들어가면서 간호사분들이 몇 번을 와서 진통 왔냐고 무통 맞아야 하지 않냐며 물었다. 이미 자궁문이 5cm 가까이 열렸으니 간호사 분들은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전혀 진통이 없었고 진통도 없는데 무통을 맞기에는 뭔가 이상해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10시 반쯤 뭔가 기분나쁜 통증이 느껴졌다. 이 정도 통증으로 아이가 안 나오는 걸 알았고 참을 만한 통증이라 이 정도에 무통을 맞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 기분 나쁨도 참지 말자는 생각에 무통을 맞기 시작했다. 차가운 무언가가 몸속으로 샤르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그뒤로는 정말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통이 들어가고 10분 뒤쯤 6센치가 열렸고 한 시간 뒤쯤 1센티가 더 열렸다. 나는 정말 아무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고 자궁문이 계속 열리고 있었다. 근데 내가 너무 못 느끼니 간호사분들이 이러면 힘줘야 할 때 못준다고 12시 10분쯤 무통을 껐다. 그때부터 뭔가 분주함이 느껴졌다.

무통을 끄고 간호사 분이 들어오시더니 힘주는 연습한번 해보자고 들어오셨고 경산모는 진행이 빠를 수도 있어서 지금부터 함께 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출산의 진통보다는 그냥 응아 마려운 느낌 정도의 진통이 있을 때마다 신호에 맞춰 힘주기를 하였다. 4~5번 정도 힘주기 연습을 하였는데 갑자기 분만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 남편과 나는 띠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지? 아기가 나오는 건가?? 안 아픈데??

12시 34분 출산

 
12시 30분이 쯤 담당 선생님이 오셨고 두어 번 더 힘을 주니 아이가 나왔다. 무통 빨로 진통의 거의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마지막에는 온 힘을 다해 밀어냈고 아이가 쑥 하고 나오는 순간 시원한느낌이 좋았다.

촉진제 들어가고 출산까지 3시간 반정도 걸렸다. 첫째 때는 유도분만 없이 자연진통이었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유도분만을 실패할까 봐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자궁문도 잘 열렸고 무통도 너무 잘 들었다. 출산의 기쁜 순간을 간호사 분들이 사진 찍어주기도 하고 갓 태어난 아이를 배 위에 올려서 안고 있는데 울컥하였다. 4.22kg에 55cm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태명이 튼튼이였던 아이는 정말 튼튼하게 태어났다. 
 
간호사분이 신생아실에서 제일 크다고 말씀하셨다. 태어나면서도 선생님이 길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하지만 그저 내 눈에는 너무나 작고 귀여운 꼬물꼬물 거리는 아이였다. 무통을 중간에 끈 덕분에 힘을 잘 줘서 아이를 낳을 수 있었지만 무통빨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후처치할 때 계속 따끔 거리며 아팠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 실습생으로 들어온 간호사분이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 손이 많은 힘이 되어 따뜻한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통증을 견뎠다.
 

 
후처치 하는 동안 남편은 아이와 함께 나가서 병실을 선택하고 이것저것 작성해야 되는 것들을 하고 들어왔다. 1인실은 특실 말고는 창밖뷰의 차이라고 하였다. 어차피 이틀만 자고 조리원 가기 때문에 뷰가 없는 1인실로 선택했는데 만약에 좀 길게 있는다고 하면 뷰가 없는 곳은 답답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식사는 급여와 비급여가 있는데 반찬 가짓수와 간식의 유무였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근처에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간식은 내가 원하는 것들로 사 먹었다.
 

 
병실에 오니 점심시간은 지나서 반찬은 없고 미역국과 밥만 있다고 해서 그거라도 달라고 하여 허기를 달랬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진통을 기다리는 내내 카페라테가 간절히 먹고 싶었다. 출산하고 나서 나와 함께 금식해 준 남편도 맘 편히 먹고 싶은 것들은 사 와서 먹었다. 자연분만은 출산이 끝나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병실에 오자마자 카페라테를 먹는데 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