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5 목요일
날씨. 살짝 흐림
지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갔고 6주가 되기 이틀 전인 지난주 토요일 깁스를 풀었다.
처음 뼈가 부러져 본 나는 깁스를 풀기만 하면 바로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깁스 풀기 전날부터 부풀어있던 나의 마음은 차게 식었다.
일주일간 더 목발을 짚고 다음 주엔 걸으면서 목발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 결국 2주는 더 목발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깁스를 풀자마자 본 나의 발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코끼리 발처럼 부어 있었고 여기저기 불긋불긋하였다. 이런 발이 처음이라 조금 신기하면서도 깁스를 풀었다는 해방감과 함께 여전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무룩한 아주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였다.
괜찮지 않을까 땅에 발을 디뎌 보았는데 발바닥이 찌릿찌릿하면서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 깁스를 풀고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왔다.
이번 주에 잡아두었던 약속도 하나 둘 취소하고 가고 싶었던 곳들도 조금 미뤘다.
그래도 깁스 푼 기념으로 가려고 예약해두었던 장어덮밥은 맛집은 다녀왔다. 맛있었지만 양이 작았고 비쌌다. 맛은 정말 맛있었다.
6주간 갇혀있던 나의 발의 때를 벗기고 나왔는데 너무 개운하였다.
깁스를 푼날 저녁 자려고 누웠는데 발에 닿는 이불의 감촉이 너무 좋아 한참을 발을 이불에 비비적거리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번 주는 여전히 목발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도 한 번씩 발을 땅에 닿아만 보기도 하고 하다가 이틀째부터는 발목을 짚긴 하였지만 한 번씩은 쩔뚝거리면 걸어보았다.
발바닥의 찌릿한 느낌도 몇 번 걷다 보니 괜찮아졌다가. 한동안 안 쓰면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다.
깁스를 푼 지 5일째 되던 어제, 화상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회의는 점점 길어지면서 아기의 간식시간이 다가왔다.
기저귀도 안 갈아준 상태에 배고픔까지 더해지면서 징징거림은 극에 달했다.
빨리 아이의 입에 무언가를 넣어주어야 하는 급한 상황에 나는 아이를 안아 달래며 부엌으로 향했다.
6주 만에 번쩍 들어 안아준 엄마가 신기했는지 안자마자 울음을 그치긴 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주스를 주고 안았는데 내가 너무 신기하였다.
상황이 급하니 되는 것인가.. 원래 되는 건데 내가 겁을 냈던 것인가..
신이 모든 곳에 있지 못해 엄마를 두었다는 그 말이 조금 신빙성을 가지면서 나도 내가 신기하였다.
그 뒤로 거만해진 기분으로 걸어보았는데 여전히 발목에 힘을 주는 건 힘든 일이었고 지끈거렸지만 조금 더 시도는 많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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