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5 화요일
날씨. 맑음
깁스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고 3주 차가 되었다. 여전히 모든게 불편하지만 일상은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끔은 내가 요리를 한다. 한 발을 의자에 올려두고 서서 이유식도 준비해 주고 볶음밥 같이 간단한 음식은 하게 된다. 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시키는 거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게 훨씬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다. 가끔은 목발보다 기어 다니거나 앉아서 엉덩이로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마켓컬리와 쿠팡프레쉬 그리고 배달음식을 번갈아가며 주문하였다. 아기 먹을 음식까지 주문을 자주하게 되었다. 플러스 친정에서 살림하는 짝꿍 고생하다며 먹거리들과 반찬들도 보내주셨다. 우리는 거의 매일매일 언박싱 놀이를 하였다. 더욱더 어마어마한 것은 박스의 양이었다. 일요일 저녁에만 재활용을 내놓을 수 있는데 지난주는 정말 역대급이었다고 한다.
나는 주로 아이와 앉아서 차분하게 놀게된다. 처음 일주일은 안겨서 다리를 뻐팅기며 일어나라고 울더니 이젠 엄마가 안아주지 못한다는 깨달은것 처럼 같이 앉아서 잘 놀아준다. 잡아라 잡아라 놀이도 좋아하는데 이젠 그것도 못해줘서 심심해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혼자서도 잘 놀아준다. 주로 꺼내는 서랍이 생겼고 좋아하는 책도 생겼다. 그래서 저녁쯤 되면 우리집 바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깁스 푸는 날 번쩍 들어 안아주겠다 다짐하며 아이를 보게 된다.
목발을 짚고 다니기가 불편하니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정말 정말 힘들다. 미세먼지도 없는 아주 맑고 화창한 날 집에만 있는건 참 힘든 일이다. 그래서 토요일 검진 가는 날 제발 날씨가 좋기를 기도했었다. 하지만 딱 그날은 비가 왔었다. 정말 어쩜 이러냐며 짜증이 났었는데 다음날인 일요일은 하루 종일 다섯번은 고민했던것 같다. 잠깐 집앞 벤치에서 앉아 있다가 올까를 고민고민하다가 나가지 않고 집에서 아파트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사진으로 남겼다. 어찌나 날씨가 좋은지... 파란 하늘이 너무 이쁜날이었다. 아이에게도 오늘 너무 날씨 좋다며 하루종일 말해주었다.
최대한 발을 안 쓰기 위해 노력하였고 토요일 검진 날 병원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뼈가 빠르게 붙고 있다는 말을 듣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뼈가 안 붙었다고 하였다. 그대로 유지는 잘 되고 있어서 괜찮다고 하셨다. 내가 왜 이렇게 안붙는거냐며 물어보니 의사는 당연한 듯이 2주밖에 안됐다고 하였다. 뼈가 완전히 회복되는 건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정말... 어쩌다 나에게 이런 일이.....
기적같이 뼈가 붙는 허황된 꿈을 꾸며 지낸 일주일 후 나의 무릎엔 멍이 들어있었다.
이 와중에 돌이 지난 우리 아기는 젖병 끊기를 시도하였다.
한 달 전쯤 자기 전에 먹는 분유를 젖병에 젖꼭지 대신에 빨대를 끼워 줘 봤었는데 안 먹겠다고 자지러지게 울었었다.
이후 자기 전 먹는 분유 200ml를 그대로 젖병에 넣어 주었다. 대신 낮에는 조금씩 생우유를 컵에다 따라 주었는데 처음엔 좀 거부하더니 컵에다 무언가를 따라먹는 게 재밌는 건지 계속 먹으려고 하였다. 만 13개월이 될 때쯤부터 분유에 우유를 섞어주기 시작하였다.
1. 분유 150ml + 우유 50ml
3일 정도 주었다. 첫날은 뭔가 맛이 다른지 계속 먹다가 빼고 먹다가 빼고를 반복하였는데 이틀째부터는 잘 먹어 주었다.
처음부터 3일을 계획한 건 아니었고 아이가 거부반응 없이 잘 먹으면 넘어가야지 생각했는데 3일째 되니 분유처럼 잘 먹기에 넘어갔다.
2. 분유 100ml + 우유 100ml
처음 적응기 이후에는 쭉 잘 먹었다. 그래도 혹시나 갑자기 우유 양을 많이 하면 또 거부할까 봐 차근차근 2일 정도 하였다.
3. 분유 50ml + 우유 150ml
분유가 조금 들어갔는데도 거부감 없이 잘 먹어주었다. 그래도 분유가 좀 남았기에 3일 정도는 유지하고, 이때부터 젖병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하였다.
4. 우유 200ml
우유와 함께 젖병을 끊어보자는 마음에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젖병이 아니라 빨대컵에 담아 주었다. 시도해보고 안되면 젖병에 넣어야지 싶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잘 먹어 주었다. 정말 마치 원래 빨대컵으로 우유 먹던 아이처럼 쪽쪽 먹더니 150ml를 먹고 그만 먹었다. 신기하였다.
그리고 다음날도 잘 먹었다. 그렇게 오늘까지 3일째 유지 중이다. 그냥 이제 젖병 생각은 안 나는가 보다 싶다. 아직 젖을 먹어서 젖병은 쉽게 떼 졌나 싶기도 하다. 이제 젖뗄일만 남았다.
요즘 많이 못 안아줘서 그런지 젖과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것 같다. 잘 놀다가도 한 번씩 나의 등에 붙어서는 한참을 논다. 머리카락 만지며 옹알이 같은 걸 하는데 귀엽기도 하면서 애착 인형 같은 애착 머리카락인가 싶기도 하다. 까꿍놀이를 해주려고 해도 하지 않고 머리를 잡고 논다. 주변에 부드러운 재질의 인형들을 포진해 두어도 오로지 관심은 나의 머리카락에 집중된다. 조만간 애착인형을 만들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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